《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君の膵臓をたべたい)》는 2017년 개봉한 일본 영화로, 제목만 보면 다소 충격적이지만 실상은 매우 섬세하고 따뜻한 감성 드라마입니다. 죽음을 앞둔 소녀와 타인에게 무심한 소년, 그리고 둘 사이에 피어난 짧고도 깊은 교감을 담은 이 작품은 ‘죽음’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며 관객에게 잔잔하지만 긴 여운을 남깁니다. ‘청춘’, ‘첫사랑’, ‘성장’, ‘이별’ 같은 익숙한 키워드 안에서, 이 영화는 독특한 제목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결국엔 모든 순간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만듭니다.
줄거리 – 조용한 아이와 빛나는 아이의 우연한 만남
영화는 주인공 ‘나’가 어른이 되어 돌아오며 시작됩니다. 그는 지금은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으며, 과거 학생 시절의 한 기억을 회상하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고등학생 시절의 '나'(키타무라 타쿠미 분)는 책을 좋아하고, 타인과의 교류를 극도로 꺼리는 조용한 성격입니다. 늘 도서관에 혼자 머무르고, 친구도 없이 조용히 지내던 그는 어느 날 병원에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일기장’을 우연히 줍게 됩니다. 그 일기의 주인은 반 친구인 ‘야마우치 사쿠라’(하마베 미나미 분). 그녀는 밝고 명랑하며, 반에서 인기가 많은 성격이지만, 놀랍게도 췌장에 치명적인 병을 안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사쿠라는 병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고, 일기를 읽은 유일한 사람인 ‘나’에게 갑작스럽게 접근합니다. 그녀는 “너는 내 비밀을 알고 있으니까 친구가 되어줘”라고 말하며 둘 사이의 특별한 관계가 시작됩니다. 베프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하지만 서로에게 점점 더 중요한 존재가 되어가는 이 두 사람은, 서로의 세계를 바꿔가며 함께 여행하고, 대화를 나누고, 때론 싸우며 감정을 쌓아갑니다.
사쿠라는 살아있는 동안 세상의 소소한 일들을 해보고 싶어합니다. 맛있는 음식 먹기, 밤늦게 외출하기, 친구와 비밀 나누기, 연애하기 등 평범한 것들이 그녀에게는 간절한 소망이었죠. ‘나’는 그런 그녀의 바람을 함께 채워주며, 처음으로 타인의 감정에 반응하고, 관계의 의미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의 예상을 비틀어버립니다. 사쿠라는 병으로 조용히 생을 마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무런 예고 없이, 너무도 갑작스럽게 **사건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병으로 죽음을 준비했던 그녀조차 준비할 수 없었던 이별 앞에서, ‘나’는 큰 충격과 슬픔에 빠지고, 진짜로 혼자가 됩니다. 그제야 그는 사쿠라가 남긴 진심을 이해하게 되며, 그녀가 남긴 일기장을 다시 읽으며 한 사람의 삶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영화는 다시 현재로 돌아오고, 어른이 된 ‘나’는 사쿠라의 절친이었던 ‘쿄코’를 찾아갑니다. 쿄코는 ‘나’와의 관계를 오해하고 적대시했지만, 사쿠라가 남긴 편지를 통해 그가 얼마나 소중한 친구였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침내 사쿠라의 무덤 앞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입니다.
등장인물 – 생의 끝에서 시작된 교감
‘나’ (키타무라 타쿠미): 고등학생 시절, 타인과 거리를 두며 살아가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인물. ‘사쿠라’와의 만남을 통해 삶에 대한 태도와 감정이 점차 변화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이름조차 없는 이 캐릭터는, 우리 안의 또 다른 ‘고독한 자아’를 대변합니다.
야마우치 사쿠라 (하마베 미나미): 외향적이고 유쾌하지만,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소녀. 병을 숨긴 채, 세상과의 마지막 연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살아갑니다. 그녀는 삶의 의미를 타인과의 관계에서 찾으며,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나’에게 다가섭니다.
쿄코 (오구리 마키): 사쿠라의 가장 친한 친구로, 사쿠라가 병을 숨긴 것조차 알지 못한 채 지냅니다. ‘나’와의 관계를 처음엔 불쾌하게 여기지만, 사쿠라가 남긴 편지를 통해 오해를 풀고, 사쿠라의 진심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녀의 존재는 사쿠라가 두 세상을 연결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입니다.
느낀점과 평론 – 삶을 사랑한다는 건,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
이 영화는 명확하게 말합니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방식이다.” 사쿠라는 병에 걸렸지만 누구보다도 삶을 사랑했고, 남기고 싶어 했으며, 그 유일한 목격자가 된 사람은 ‘나’였습니다. 영화는 특별한 사건 없이도, 사쿠라와 ‘나’의 작은 일상 속에서 무수한 감정을 전달합니다.
사쿠라는 이 말도 남깁니다. “사람의 장기를 먹으면 그 사람과 이어질 수 있다는 전설이 있어.” 그래서 그녀는 말합니다. “나는 네가 나의 췌장을 먹어줬으면 좋겠어.” 이 말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자신이 사라진 후에도 누군가의 마음속에 살아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입니다.
‘나’는 사쿠라의 죽음 이후에도 그녀의 편지를 읽고, 말들을 되새기며, 마침내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는 단순히 소년에서 어른으로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정적 용기인지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서정적인 영상미와 잔잔한 OST로 감정을 증폭시키고, 하마베 미나미의 연기는 그야말로 영화의 중심이자 심장입니다. 그녀의 미소는 오랜 시간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 사쿠라의 일기 속 마지막 메시지를 읽는 장면은 절제된 연출 속에서 깊은 울림을 줍니다.
결론 – 9.3/10, 결국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췌장이 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단지 슬프기 위한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짧은 생의 한가운데서도 얼마나 뜨겁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죽음이 가까운 사람만이 삶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사쿠라는 죽었지만, 그녀는 ‘나’를 살게 했고, ‘나’는 이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삶을 전하게 됩니다. 결국, 우리는 서로의 췌장이며, 서로의 기억으로 남아 삶을 이어가게 되는 것이죠.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오늘 누군가와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특별한 것이었는가”를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개인 평점: 9.3 / 10
추천 대상: 감성적인 청춘·성장 드라마 좋아하는 분 / 관계의 의미와 잃어버린 시간을 되새기고 싶은 분
주의 사항: 제목 때문에 처음엔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오히려 가장 순수하고 감동적인 영화입니다